낙원의 밤 후기, 신세계와 마녀 그 사이 어딘가

낙원의 밤, 신세계와 마녀 그 사이 어딘가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을 보고 감상문을 적어본다. 낙원의 밤은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박훈정 감독의 작품이라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낙원의 밤. 일단 독립영화 같은 제목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박훈정 감독이니까 화끈한 무언가가 있는 영화라고 믿고 가보자. 개인적인 감상평이라 두서없이 쓰고 싶은대로 쓴 점 양해 바랍니다. 

 

낙원의 밤

낙원의 밤은 줄거리가 별 것이 없다. 단순한 스토리에 복잡하지 않은 느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선택한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보며 머리 아프면 안되니까. 이 영화는 그런 배려가 있는 작품이다. 박훈정 감독 작품은 대체로 이야기가 단순한 구조를 갖는다. 대표작인 마녀, 신세계도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것은 분명 대중들에게 스트레스 없이 직관적인 이해로 다가온다. 이 작품도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다. 

단순한 스토리라면, 그 자체가 매력을 갖지는 못한다. 흰 쌀밥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쌀밥에 얹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이 있어야 한숟갈 떠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여기서 이 작품이 선택한 반찬은 배우들의 연기이다. 맛깔나는 연기로 배우들은 한 상을 그럴듯하게 채웠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럴듯하게'이다. 정말 맛있는 명품 식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을텐데,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로 식탁을 그럴듯하게, 그래도 먹을만하게 채워놨다. 이것이 박훈정 감독의 전작, 신세계, 마녀와는 또 다른 면이다. 그 때는 정말 맛있게 허겁지겁 한 상 먹은 느낌이었는데 말이다.

 

 

낙원의 밤

낙원의 밤은 주로 제주도에서 촬영되었다. 남여 주인공인 태구와 재연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제주 바다와 어우러지며 영화에서 여백의 미를 선사한다. 주인공들의 처절한 현실 속에서 이런 장면이 섞여 있으니, 뭔가 느낌이 낙원의 밤이란 제목처럼 아스라한 느낌이 난다. 서글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낙원의 밤 빌런 차승원

 

낙원의 밤 평점을 제대로 읽어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차승원의 대한 얘기가 제일 많지 않을까 한다. 그 만큼 영화 전반에서 차승원, 마상길은 빌런으로서 대단한 존재감을 나타낸다. 중간쯤에 관객은 이 사람이 뭔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우리편으로서 말이다. 악당인데도 우리편 같이 정이 가는 쿨한 악당, 그 능글능글함이 도를 넘어서 매력으로 다가오는 연기를 보여준다. 낙원의 밤은 차승원이 연기자로서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중반부터 영화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 넣으며 집중하게 만들어준다. 표정이나 대사, 아주 맛깔나게 느껴지도록 멋지게 표현해냈다. 브라보다.

 

마이사는 탁월한 연기를 보여준다

 

태구는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중심 캐릭터이다. 흔한 캐릭터이긴하지만, 엄태구 배우의 목소리만으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으며, 그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게 하는 매력을 뿜어낸다. 얼굴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고독하고 외로운 역할이다. 중간에 살짝 웃음을 주려는 장면이 몇 개 있는데, 이런 장면은 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중해서 캐릭터를 갖고 가려고 하는데, 흐트러뜨리는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모습들보단, 하나에 매력에 집중하고 싶은 관객의 요구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태구역에 엄태구

 

엄태구 배우는 단독 주연이 가능한 영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리스마가 충분하다고 느꼈고, 역할에 녹아들었다고 감명 받았다. 태구에 심리에 집중하게 만들고, 나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배우가 영화를 잘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는 영화에 걸맞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데, 엄태구 배우는 그런 자질이 충분하다.

 

엄태구 배우
낙원의 밤 추격신

낙원의 밤의 스토리가 그저 그렇다는 분은 추격신을 보면서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다. 볼만한 추격신이다. 특별하진 않지만 충분히 볼 만하달까. 조직 역할의 배우들이 너무 엣된 느낌이라 조금 뜨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낙원의 밤 제주도

낙원의 밤에 제주 바다는 보기 좋았다. 영화에 긴장감을 한 템포 죽이는 역할인지, 여백의 미를 주는 것인지, 약간의 평온함을 넘어 지루함을 주려고 하는 것인지 몰라도, 그냥 보기에는 참 좋았다. 제주도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몇 번 들었다. 

 

 

양사장 역의 박호산 배우

 

박호산 배우는 정말이지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비열한 악역으로, 극의 악역 끝쪽에 서 있었다. 이 영화에서 차승원을 가장 빛나게 해준 배우가 박호산이라고 생각한다. 둘 다 악역이지만 결이 많이 다르다. 한편으로는 이상한 생각도 든다. 극 중 태구가 왜 박호산, 양사장을 그렇게도 따랐는가 말이다. 흔한 조직의 의리라고 하기에는 이해가 안가는 측면이 있다. 

 

 

넷플릭스 낙원의 밤은 분명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장르가 느와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에 가깝다고 보인다. 글에 제목에도 썼듯이 이 영화는 신세계와 마녀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신세계와 마녀는 우리가 재밌게 봤던 박훈정 감독의 영화이다. 그러한 이유로 낙원의 밤을 본 사람들이 가장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독은 신세계2와 마녀2를 준비하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신세계로 갈까말까 하다가, 독립영화 느낌을 살짝 풍기다가, 마녀 느낌으로 마무리 한다. 정체성이 애매해진건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섞은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의도하려다가 적당히 타협한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영화는 '적당히' 잘 버무려졌다라는 느낌을 준다. '어떤 것을 좋아할지 몰라 적당히 섞어봤습니다' 하는 시험적인 영화라는 느낌도 든다. 

 

낙원의 밤 평점은 대체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평균 점수만 봤는데 그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볼 만하다. 무엇으로? 배우들의 연기로!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박호산, 그리고 또 차승원의 연기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한 영화이다. 박훈정 감독은 배우들의 잠재력을 잘 끌어올리는 특기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든다. 감독으로서 반드시 있어야 할 재능일 것이다.

주저리 감상평을 적어보았다. 시간이 아까울까봐 못보고 계신 분은 꼭 한 번 보시길 바란다. 적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 멋짐 폭발 장면이 있으니 보기 시작했다면 꼭 마지막까지 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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